산민 이용

[ 2004년 제11작품전 ]

八曲屛 Ⅱ

116 × 35cm × 8 / 2004年

원문

讀書不見聖賢爲鉛傭
讀書不見聖賢爲鉛傭居官不愛子民爲衣冠盜講學不尙躬行爲口頭禪立業不思種德爲眼前花 <전56>

持身不可輕用意不可重
士君子持身不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閒鎭定之趣用意不可重重則我爲物泥而無蕭活潑之機 <전106>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默而後知多言之爲躁 <전32>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竝用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전50>

操守要嚴明而不可激烈
氣象要高曠而不可疎狂心思要縝密而不可屑趣味要淡而不可偏枯操守要嚴明而不可激烈 <전81>

爲鼠常留飯憐蛾不點燈
爲鼠常留飯憐蛾不點燈古人此等念頭是吾人一點生生之機無此便所謂土木形骸而已 <전173>

人生減省一分便超脫一分
人生減省一分便超脫一分如交遊減便免紛擾言語減便寡愆尤思慮減則精神不耗聰明減則混沌可完彼不求日減而求日增者眞桎梏此生哉 <후131>

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
家人有過不宜暴怒不宜輕棄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今日不悟俟來日再警之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是家庭的型範 <전96>

해석문

글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을 베끼는 노예일 뿐이다.
글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을 베끼는 노예일 뿐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관복 입은 도적일 뿐이다. 학문을 가르치면서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뿐이고, 사업을 일으켜도 덕을 심을 줄 모른다면 잠시 피었다 지는 한때의 꽃일 뿐이다.

선비는 몸가짐이 가벼워서는 안 되며, 마음 씀씀이가 너무 무거워서는 안 된다.
선비는 몸가짐이 가벼워서는 안 되나니, 가벼우면 외부의 사물이 나를 동요시켜 여유있고 침착해지지 못한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부끄러워서는 안 되나니 무거우면 외부의 사물에 얽매이게 되어 활발한 기상이 없어지게 된다.

낮은 곳에 있어 본 후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위태로운 줄 알게 된다.
낮은 곳에 있어 본 후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위태로운 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있어 본 후에야 밝은 곳에 있는 것이 너무 드러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고요함을 지켜본 후에야 움직이기 좋아하는 것이 번거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을 수양해본 후에야 말 많은 것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된다.

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몸가짐이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원만해야 한다.
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몸가짐이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원만해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너그럽게 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엄격해야 하니,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함께 지녀야 한다.

지조를 지키는 데는 엄정해야 하나 과격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지만 소홀해서는 안 되고, 마음은 치밀해야 하지만 너무 조잡해서는 안 된다. 취미는 담박한 것이 좋으나 메말라서는 안 되며, 지조를 지키는 데는 엄정해야 하나 과격해서는 안 된다.

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두고 부나비를 불쌍히 여겨 불을 켜지 않는다.
“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두고 부나비를 불쌍히 여겨 불을 켜지 않는다.”고 했으니 옛 사람의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나고 자라게 하는 기틀이다. 만약 이것이 없으면 이른바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체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서 한 푼을 줄이면 그만큼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 한 푼을 줄이면 그만큼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귀는 것을 줄이면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함을 줄이면 본성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이처럼 날로 줄이기를 구하지 않고 늘리기만을 구하는 것은 자기의 삶을 속박하는 것이다.

마치 봄바람이 얼어붙은 것을 녹이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하라.
집안사람에게 잘못이 있을 때는 지나치게 화를 내서도 안 되고 가벼이 버려두어서도 안 된다. 그 일을 말하기 어렵거든 다른 일을 빌어 은근히 일깨워주고 오늘 깨닫지 못하거든 내일은 기다려 다시 깨우쳐 주되, 마치 봄바람이 얼어붙은 것을 녹이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 듯하다. 그것이 곧 가정의 참된 규범이다.